가장 원초적인 사회의 법칙을 축소화해놓은 듯한 영화. 기는 놈 위에 걷는 놈 있고, 그 위에 나는 놈 있다. 그리고 인생은 리버스라고 그 역학관계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물리적으로 강하고, 정신적으로 비열한 놈 수순대로 정당한(?) 결말을 보여준 영화.
단, 그 교수놈 결말은 마음에 안들었다. 성폭력은 정신적인 살인일진대 그 정도 고생이 그 놈의 죄에 합당한 果가 되었다고 볼 수 없지. 이문식 이상 얻어터지고 한석규 이상의 결말이 되어야 했다. 더욱 고통스럽게, 더욱 잔흑하게. 내가 여자라서 더 그런지 몰라도, 내 법전상 사형1순위는 성범죄자들이다. 상호합의라면 둘이서 SM을 하던 69를하던 상관없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성적인 가학을 자행하는 놈들은 똑같이 돌려준 후, 골빙이 말에 따르면 '가랑이를 쫙 찢어서 귓밥으로 돌돌 말아 자근자근 씹어줘야 된다'랄까나...
영화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구타' '유발' '자들'. 구타라고 하니 우선은 물리적인 폭력이 떠오르고, K-1과 같은 정해진 룰에 따라 대등한 조건에서 대등하게 싸우는 그런 종류가 아니라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느낌이 든다. '유발'이라고 하니, 인과응보처럼 자연스레 유발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자들'이라고 하니 구타유발이 한 사람에 의해 자행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짐작할 수 있겠다.
동물 사회나 별반 다름없어보이는 인간 사회의 약육강식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야구 방망이, 반도 익지 않은 삼겹살로 비틀어서 보여준 블랙 코미디였다. 단, 그 비틀어진 강도나 방법이 별로 참신하지 않다는 것-그래서 잔흑성, 소재 등등에 비해 뭔가 가슴속에 콱 박히는 응어리랄까...그런 것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 상업 영화로서는 용기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만.
제일 짜증났던 것- 답답했던 것은 이혜련이었다. 별로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그리고 구타유발자가 성의 역학까지 의도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소위 남성적인 영화에서 항상 여성은 당하고, 도망치지도 못하고, 도망치더라도 꼭 도중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고...-_- 진짜 답답했다. 결국 자신을 성폭행하려한 교수더러 서울까지 태워달라고 했을때는 뒤집어졌다. 아, 여기까지가 이 여자의 한계구나.
영화에는 교수로 대표되는 지식인 집단, 혹은 소위 사회에서 '권위있다'고 '칭송'받는 집단에 대한 야유가 은근히 많다. 보여지는 것은 더더욱 많지만.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도 꽤나 비꼬임당하는데, 이문식을 골빙이로 만들어버리고 2대 구타유발자로 추락시킨 인간말종 한석규가 민중의 지팡이가 되었다는 것도 우습지만, 이문식이 애국가 부를때 거의 폐차지경이 되어서 끌려가는 경찰차의 꼴도 실소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양지바른 곳에서 개미떼들을 잡는다고 해도 음지의 개미떼들은 태연자약하게 노다닌다는 거지.
시험끝나고 보러가려 했더니 이미 내려버려서 이번에야 보게 된 영화. 러닝타임 2시간이었는데, 원래는 2시간 50분이었다고 한다. 무삭제판으로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
# by 세우 | 2006/09/10 15: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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