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걸 모두 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널 보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신이라는 게 있다면 어찌 그리 잔인할 수 있는지... 넌 행복해야 해, 항상 웃는 날만이 이어져야해, 자유로워야만 해.
하지만 짧은 너의 인생이 행복했다고만 말할 수는 없어서 괴로워. 널 보면, 아니 널 생각만해도 마음이 굳어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것 같아. 시야가 흐려져. 눈에 조금만 힘을 빼도 나올 눈물이겠지만, 그리고 널 생각하며 몇번이나 울었던 눈물이지만 이대로 더 울어버린다면 너의 인생을 불행하다고 긍정하는 것 같아서 울기 미안해져.
아슬란, "새벽"이라는 뜻의 너의 이름.
너의 인생에 아침이 있었을까.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지독한 짓을 당하고,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 죽어가고 그런 지옥도에서 넌 한없이 강해진 척을 해야 했어. 그 모든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넌 세상을 견딜 수 없었을거야. 난 그 모든 불행을 열거할 수 없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짓이 될꺼야. 난 절대 말할 수 없어, 생각할 수도 없어. 단지 너의 생애 대부분이 잔혹한 어둠이었다는 것, 넌 바라지도 않은 능력으로써 바라지도 않는 강함을 추구해야 했다는 것.
하지만 에이지를 만났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네 일생에도 아침이 다가올 듯한 예감이 들었어. "곁에 있어줘. 계속은 아니더라도, 지금만이라도" 너의 말은 영혼을 짜내는 듯한 목소리였어. 그토록 바래왔던 것. 단지 대가 없어 곁에 있어줄 사람, 그것 뿐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부모, 친구, 동료, 연인... 그들이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알지. 하지만 너에게 "곁에 있어 줄 사람"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어. 너의 모든 것을 파멸로 몰고 가더라도, 혹 그 사람이 자신을 잊게 되더라도 그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처음 만났을 때
에이지는-
내가 어떤 녀석인지 알면서도
전혀 나를 겁내거나
경계하기는커녕...
알아듣기도 힘든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왔어
이상한 녀석이라 생각했지
처음엔 외국인이라
말이 서툴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곧 그게 아니란 걸 알았어
녀석과 함께 있으면...
다정하고 성실하고
-따뜻한 느낌이
차츰 온몸을 타고 흘러들어와
날 행복하게 해 준다는 걸
알았지
하지만
난- 내 몸은
마치 기계처럼
반응하며-
사람을 죽이고 해치지.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없이-
이렇게 자신이 두렵고...
수치스러웠던 적은 없어
이제 두 번 다시
안 만날꺼야
하지만 녀석은 내 친구야
평생 만나지 못한다 해도...
녀석을
떠올리는 것쯤은
상관없겠지?
그토록 쓸쓸한 미소... 난생 처음으로 이토록 빌어먹을 바보가 있냐고 생각했어. 사랑 이상의 감정, 이건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함이야. 애쉬, 넌 지독하도록 숭고한 영혼이야.
어둠이 네 안에 있었을 때 너는 죽음을 달콤한 유혹이라고 여겼지. 하지만 에이지가 옆에 있고, 그와 함께 하면서 비로소 네 안을 따스함으로 채웠는데 태양이 환히 비치는 아침을 보지 못하고 넌 눈을 감고 말았어
눈물과 피범벅이 된 에이지의 편지를 품고 스르르 눈을 감는 너의 모습. 마치 좋은 꿈을 꾸는 미소조차도 슬펐어. 넌 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사람인데, 최고의 행복속에서 눈을 감기에는 넌... "새벽"이라는 너의 이름-운명 때문일까. 아침을 보지 못한채 어둠과 아침의 경계선인 새벽에 눈을 감은 너의 운명. 에이지조차도 운명에 휩쓸리는 너를 지켜주지 못한걸까. 난 이토록 간절하게 신을 저주한 적이 없어. 신 따윈 없다고 저주해.
에이지는 평생토록 너를 품 안에 안을거야. 넌 에이지와 함께 평생토록 세상을 살아갈거야. 하지만, 난 좀 더 행복한 실제의 너를 보고 싶었어. 일본에서 에이지와 함께 거리를 걷는 너의 모습, 서투른 일본어를 은근히 유창하게 구사하는 너의 모습, "금발 미청년"이라고 에이지 여동생에게 불리는 너의 모습, 에이지와 함께 웃는 너의 모습...
난 결코 너에게 안녕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거야.
너의 인생을 축복할게.
정말... 미치도록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