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가히 초인에 가까운 괴력을 지녔으며, 묻어도, 잘라도, 태워도 다시 살아나는 아내와 그녀의 남편
둘. 락앤롤에 몸을 흔들면서 온가족이 "fuck!"을 외치는 이상한 가족. 하지만 일견 외모는 무뚝뚝하고 고지식해보이는 아버지는 딸의 소원을 위해 인기도 많고 돈도 많이드는 최면술사 티켓을 구하고, 하루쯤은 괜찮겠지, 하며 "학교는 재껴!"라고 시원스레 말하는 사람. 한마디로 기묘하지만 화목한 가족
셋. 침대 위의 남자와 여자. 남자의 직업은 최면술사. 조루주제에 여자더러 너는 악취로 사람 죽이겠다느니 네가 만드는 CF따위 나도 만들겠다니 하며 여자의 살인충동에 석유를 끼얹고 친절하게 불까지 붙여주는 남자. 여자의 직업은 CF제작자. 영감이 떠오를때마다 눈을 리드미컬하게 껌벅껌벅거리고, 떠오른 영감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녹음기에 녹음한다.
넷. 유쾌한 강도 세사람. 한 사람은 뼈드렁니에 눈은 왠지 느글거리고 왠지 불쾌한 느낌을 주는 외모, 다른 한 사람은 둘보다는 수려한 용모에 리더노릇을 하고 있는 듯. 나머지 한 사람은?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위험한 수위(...)에 다다를 때마다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본인은 자신의 역할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 유감
다섯. 외국인 킬러와 그의 통역사. 킬러의 말버릇은 "(지구에서) 네 역할이 뭐냐?". 그 상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질문 받는 것을 싫어한다. 이 사람 가이 리치의 '록 스탁..'에서도 해리의 (쌈박하게 돈뜯어주는)해결사였는데, 이런 역할 전문인거야? 통역사. 아마도 영어대사를 못 외우는지 전혀 들리지 않게 통역은 킬러의 귀에 대고 소근거린다. 사실 입만 뻥끗거리는 것 같다. 둘은 말하지 않아도 영혼으로 이어져 있는 사이?
얘기는 이렇다. 이시카키(아사노 타다노부)는 언제부터인지 아내를 죽이게 된다.(어감이 이상하지만) 그는 몇번이나 아내를 죽이고 땅에 묻고를 반복한 것 같다. 하지만 돌아오면 집에는 아내가 와 있고, 아내는 그를 죽도록 쥐어패고 내던진다. 가까스로 도망치거나, 혹은 가까스로 아내를 죽이고 묻으면 다시 아내가 집에 와 있고 그는 얻어터지고... 이런 일의 반복이다. 하다하다 못해 (고용비 만엔이지만;) 외국인킬러를 고용해서 죽여도 아내는 다시 되돌아온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한편, 계부(몰랐다;) 고바야시는 딸이 바라던 최면술사 티켓을 구한다. 다음날 아들과 딸은 학교를 제끼고, 고바야시는 왠지 휴가를 낸것 같고...해서 최면술쇼를 보러 간다. 그 최면술쇼는 허리에 호랑이벨트를 찬 혼혈인 최면술사가 실험대상으로 관객 중 한 사람을 찜하고 최면을 건다. 만약 관객이 최면에 걸리지 않는다면 백만엔을 타 간다는 시스템. 최면술쇼에서 실험체가 된 고바야시는 최면술로 "새가 된다"라는 암시를 받는다. 암시에 걸린 고바야시.
그런데, 무대위에 외국인 킬러와 그의 통역사가 나타난다. 실상은 그의 침대파트너가 킬러에게 살인을 의뢰한 것이다. 최면술사는 정확히 목의 정맥을 베여서 피튀기며 살해당하고, 고바야시는 최면술을 풀지 못한 채 새로 남게 된다.
최면술사의 침대파트너인 CF제작자 요코. 그녀는 광고의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마치 자신의 일부처럼 가지고 다니는 워크맨에 녹음한다. 3분만에 가버리는 남자,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똥구멍(...)으로 먹고 코로 싸는(....) 남자, 성감대가 두피에 있는 사람 기타등등... 아주 기상천외한 영감들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택시를 타고 일터로 그녀는 식당에 워크맨을 두고 온 것을 알게 된다. 황급히 택시를 세우고 되돌아가던 요코, 한참을 달리다가 조금은 허탈해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돌린다.
유쾌한 강도 세 사람. 중 뼈드렁니와 리더는 가끔씩 둘이서 야릇한 상황에 빠진다. 신나게 떠들다가 뼈드렁니가 야한 얘기를 하면서 서로 눈을 마주치면, 애틋하고, 닭살시럽고, 느끼한 공기가 주위에 형성되는 것이다. 다른 한 사람덕택에 다행이도 이 공기는 심각해지기 전에 깨지게 되지만, 그래도 이 상황은 뭔가 이상하다.
그러던 어느날 셋은 찜질방에 놀러가게 되고, 뼈드렁니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별 시덥잖은 농담을 둘에게 해댄다. 농담을 하면서 왠지 탠션이 올라간 뼈드렁니, 반대편에 보니까 이상한 외국인과 그의 친구인듯한, 어리벙벙하게 생긴 동양인이 있다. 당연하지만, 그 둘은 바로 외국인킬러와 그의 통역사. 일본에 사업차 온 김에 찜질방도 들리고 온천도 들리고 했나보다.
"레이서는 여자게 남자게?", "신간선은 여자게 남자게?" 등의 시덥잖은 질문을 해대던 뼈드렁니는 결국 열이 끝까지 뼏친 킬러의 칼에 쑤셔박힐 위험에 쳐한다. 그 때 뼈드렁니 대신 몸을 날린(?) 한 남자. 바로 리더였다. "너도 호모냐?"라는 킬러의 말에 리더는 "호모아냐... 게이야"라며 극적으로 커밍아웃한다. 리더와 뼈드렁니 사이에 감동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가운데, 리더, 기절.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종반부로 가면서 한꺼번에 응축되어 나타난다. 가족들은 새가 된 아빠를 치료하려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만, 최면은 풀 수 없다. 엄마와 딸은 언제까지 이 상태가 계속될까, 혹시 아빠는 평생동안 새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며 불안해한다. 혹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처럼) 아빠는 최면이 풀릴거야, 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새가 된 아빠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아빠는 하늘을 날 수 없지만, 계속 나와 연습하면 하늘을 날 수 있을거라고. 이성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타자의 기상 천외한 모습을 어른이 된 우리들은 아무 선입견없이 그대로 볼 수 있을까. 나에게 매일 아내를 죽이는, 급기야 청부까지 요구하는 남편의 모습, 뼈드렁니의 게이, 코믹스런 외국인 킬러... 결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영화기에 가능한 것이다. (게이는 있을지도 모른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존재하기에 영화라는 장르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 보면서 앞으로의 줄거리를 예측하거나, 혹은 현실과의 잣대를 재 보면서 이것은 현실의 무엇에 대한 은유인 것 같다는 등을 생각해 보거나, 본 후에는 감상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살해하던 아내와 크리스마스날 서로 이해하고, 마침내 화해한 순간 남편은 자신이 요청한 킬러에 의해 아내를 잃고 만다. 자르고 태워도 매일 살아나던 아내는 이제 더 이상 살아나지 않는다. 절망의 맨 밑바닥에 떨어져, 투신자살 하려던 남편을 태운 것은 바로 새가 된 아빠였다.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정말 극적인 순간.
아빠는 존재했으면 좋겠다. 남편도, 게이도. 어떤 모습이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기적이 아닐까. 그리고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족이 있었음 좋겠다. 세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어렵겠지만 힘내주었음 한다.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도, 분신처럼 지니고 있던 녹음기를 잃어버리는 것도, 새가 된 아빠도... 살아가면 마치 자기 자신인양 몸에 새겨지게 될 것이다.